2016. 4. 22. 23:19
슬로푸드, 삶을 사랑하고 즐기는 문화운동 미국의 사회학자 조지 리처는 자신의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에서 현대인의 삶을 관통하고 있는 합리화의 원리와 그것의 비인간성을 비판적으로 분석했다.
맥도날드는 패스트푸드의 대명사이지만 효율성, 계산 가능성, 예측 가능성, 통제 등으로 특징되는 현대사회의 비문화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사회가 맥도날드화 된다는 것은 효율화, 합리화된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문화와 인간성을 잃어간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맥도날드의 유럽 상륙은 그런 점에서 유럽인에게는 문화적인 침략이자 문화적 파괴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1980년대 들어 미국식 패스트푸드 맥도날드점들이 확장되면서 이에 맞서는 유럽문화의 본격적인 저항이 시작되었다. 보통의 경우 이런 저항들은 초기에는 강력하게 전개되다가 결국 맥도날드 제국의 승리로 끝나기 마련이지만 유럽문화의 저항은 거세기만 했다.
나쁜 먹거리에 맞서는 농민들
가령 프랑스에서는 맥도날드점에 농민들이 난입하는 사건들이 왕왕 발생했다. 이런 시위를 주도한 농민운동가 조제 보베는 맥도날드를 ‘맛의 단일화와 음식의 규격화에 기반 한 나쁜 먹거리’로 규정하고, 세계화에 맞서는 문화적 저항으로 맥도날드 해체 운동을 벌이고 있다(조제 보베 외 지음, 홍세화 옮김, <세계는 상품이 아니다-세계화와 나쁜 먹거리에 맞선 농부들>, 울력, 2002년 참조).
조제 보베 보베가 이끈 맥도날드 난입 및 해체 운동은 경제적 측면에서 보면 민족주의 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문화적 관점에서 보면 보다 나은 식문화를 지키려는 문화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패스트푸드에 대한 문화적인 저항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슬로푸드 운동이다. ‘패스트푸드 vs 슬로푸드’는 단순한 식문화의 충돌을 넘어 철학적 차이를 보여주는 것이다.
슬로푸드 운동은 향토적인 맛과 그 속에 포함되어 있는 것을 재발견하고, 인간생활을 퇴보시키는 패스트푸드 물결을 타파해 나가자는 운동이다. 이 운동의 진원지는 유럽문명의 원류라고 할 수 있는 이탈리아이다.
이탈리아인들은 지구상에서 보존의 가치가 있는 유적은 거의 대부분 이탈리아에 있다고 믿고 있을 정도로 문화적 자부심이 대단한 민족이다. 로마의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거무튀튀한 건물들은 유적으로서의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일부러 복원을 하지 않은 채 그대로 보존하고 있다. 로마 시내에서는 건축허가조차 나지 않는다.
슬로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와인의 대명사인 키안티로 유명한 마을 그레브의 시장 파올로 사투리나에 의해 처음 시작되었다. 맥도날드가 이탈리에 진출하여 전통음식을 위협하기 시작하자 미식의 즐거움, 전통 음식문화의 보존 등의 기치를 내걸고 식생활 문화운동으로 전개되었던 것이다.
사투리나 시장은 농산물의 대량 생산 체계와 획일화된 유통과정 때문에 결국 일반인들이 먹을 수 있는 음식이 획일화되는데 위협을 느껴 각 나라의 음식문화를 지키자는 취지에서 이 운동을 발의했다.
슬로푸드 운동은 이 운동이 후세에도 지속되도록 하기 위해 2세들의 식문화교육에 큰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가령 중ㆍ고등학교에 미각강의를 마련하고 음식에 대한 올바른 생각을 심어주기 위해 교사와 학부형을 위한 미각교육 책자도 발간하고 있다.
이 운동의 발원지답게 이탈리아에서는 슬로푸드 운동이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탈리아 33개 도시가 연계해 ‘라시타 슬로(La Citta Slow)’라는 조직을 만들어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이 조직에 가입한 도시들은 도심에서 경적을 자제할 것, 유기농 농사를 장려할 것, 지역의 특색 있는 음식을 알릴 수 있는 장소를 마련할 것 등의 세부행동 계획도 갖고 있다.
이탈리아에서 시작, 프랑스에서 꽃핀 슬로푸드 운동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운동은 1989년 파리에서 슬로푸드 인터내셔널 운동으로 발전했고 이제는 국제적인 문화운동으로 자리 잡았다.
1989년 11월 프랑스 파리에서는 15개국에서 모인 세계 각국의 대표들이 미각발전과 음식관련 정보의 국제적 교류, 즐거운 식생활의 권리와 보호를 위한 국제운동의 전개, 산업문명에 따른 식생활 양식파괴에 대한 비판 등을 내용으로 하는 이른바 ‘슬로푸드 선언’을 채택했다.
현재 이 운동의 본부는 이탈리아의 브라(Bra)에 있고 미국, 프랑스, 스위스, 일본 등 50개의 국가에 슬로푸드 운동 지부가 있으며 전세계적으로 회원은 8만 2,000명을 헤아린다.
슬로푸드 프랑스 사이트
또한 약 800개의 콘비비움이 결성되어 있는데, 콘비비움(convivium)이란 같은 지역의 회원들이 함께 모여 식문화에 대한 토론과 정보교환도 하고 함께 와인파티, 미식모임도 하는 커뮤니티를 말한다.
슬로푸드 운동이 이탈리아에서 시작돼 프랑스에서 꽃을 피운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유럽의 발달된 식문화 역시 이탈리아에서 출발해 프랑스에서 완성되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왕정에서 꽃핀 미식문화의 씨앗을 뿌린 것은 이탈리아의 명문 가문인 메디치가이다. 프랑스 왕실로 시집와 앙리 2세의 부인이 된 카트린 드 메디시스와 앙리 4세의 부인이 된 마리 드 메디시스는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명문 메디치가문 출신이다.
이 메디치가의 여인들은 프랑스로 시집오면서 이탈리아 요리사들을 데려와 발달된 이탈리아 요리를 프랑스 왕정에 소개했고, 그것이 발단이 되어 프랑스에서 고급스런 궁정요리문화가 발달할 수 있었다.
슬로푸드 운동은 맛의 표준화와 미각의 보편성을 반대하며 지역특성에 맞는 전통적이고 다양한 식생활문화를 추구하는 운동이다. 처음에는 패스트푸드를 반대하는 슬로푸드라는 차원에서 시작되었지만 점점 패스트푸드로 상징되는 ‘효율지상주의’와 맛의 표준화라는 식문화 제국주의에 대항하는 문화운동으로까지 발전된 것이다.
따라서 슬로푸드 운동은 문화와 문명의 발전에 대한 본질적인 개선을 지향하고 있다. 이 운동의 심벌마크인 ‘달팽이’는 속도지상주의적인 성장에 대한 반대를 의미하며, 깊이 있고 차근차근한 문화의 질적인 발전을 상징한다.
언젠가 문학평론가 김병익씨는 “문명은 속도를 빨리 내기 위한 것이고 문화는 속도를 늦추는 것”이라며 문화의 질적 측면을 옹호했는데, 달팽이와 슬로푸드야말로 여유에 기반한 문화의 본질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슬로푸드 운동은 그 후 전세계 미식가들과 문화운동가들의 지지를 받으며 공감대를 넓혀 나갔고 패스트푸드의 원산지인 미국을 포함한 세계 40개국 이상에서 조용하고도 착실한 ‘식문화운동’으로 확산되었다.
24시간 동안 쉬지 않고 속도와 편리함을 추구하는 미국형 ‘패스트 라이프’를 거부하고 생명의 리듬을 존중하고 여유를 즐기는 ‘슬로 라이프’를 되찾자는 호소는 지구촌 전역에서 점점 더 공감의 폭을 넓혀나가고 있다.
슬로푸드 운동이 그 명칭에서 운동(movement)를 표방하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운동이란 개별적인 개인의 행동양태가 아니라 근본적인 사회의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한때 독서계를 강타했던 피에르 상소의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도 같은 맥락으로 읽을 수 있다.
“느림. 내게는 그것이 부드럽고 우아하고 배려 깊은 삶의 방식으로 보여진다. <중략> 나는 살아가면서 겪는 모든 나이들, 모든 계절들을 아주 천천히, 경건하게 주의 깊게 느껴가면서 살기로 결심했었다. 그러나 세상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빨리 달려갔다.”(피에르 상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중) (출처 : 정책포털 https://www.seri.org/kz/kzKsosv.html?ucgb=KZKSOS&no=13253&pgno=312&gbn&rgb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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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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