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 10. 5. 01:21
아래 글은 행복이 가득한 집 2015.10월호 <제주의 슬로푸드는 맛있다> 꼭지에 실린 글입니다.
김원일(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사무총장)

'맛의 방주' 등재된 제주 향토음식 (연합뉴스 2014.10.14) 김호천 기자 = 이탈리아에 있는 민간국제단체인 슬로푸드국제본부로부터 '맛의 방주'에 신규 등재된 제주의 향토음식 6가지. 위쪽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순다리, 꿩엿, 강술, 댕유지, 재래감, 재래돼지.

제주도는 화산활동으로 만들어진 한라산을 중심으로 땅 위에는 360여개 오름이 있고, 땅 아래에는 160여개의 용암동굴이 있는 독특한 섬이다. 덕분에 2002년 생물권보전지역 지정을 시작으로 2007년 세계자연유산에 오르고 2010년 세계지질공원까지 유네스코가 주관하는 ‘3대 환경보호제도’에 모두 선정되었다.
1996년부터 슬로푸드는 ‘맛의 방주Ark of Taste’라는 ‘음식보호제도’를 만들어 멸종 위기에 놓인 토종 종자나 토박이 식품을 찾아 목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싸고 자극적인 패스트푸드에 밀려 사라지는 ‘지역의 맛’을 보호하는 활동이다. ‘맛의 방주’에 오르는 품목은 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으면서 특정 지역의 환경과 사회, 경제, 역사와 연결되면서도 소멸 위기에 놓여 있는 것들이다. 전세계에 2,630개, 한국에서는 47개가 승선하였다. 한국에서 제주도는 가장 많은 14개가 올랐다.

유네스코 3관왕이나 슬로푸드 맛의 방주는 모두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해서 환경보호를 하려는 제도이다. 더 이상 사람들 때문에 경관과 생태계가 망가지고 생물다양성이 감소하지 않도록 경고 목록으로 알려주려는 것이다.
한국에서 가장 먼저 맛의 방주에 승선한 품목은 ‘제주푸른콩장’이다. 한국 음식에서 가장 중요한 맛은 장 맛이기에 장을 가장 먼저 올리고 싶었다. 우연히 제주도에 토종 푸른콩으로 만든 제주식 장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2011년에 제주도로 날아가 한라산청정촌의 김민수, 박영희 부부를 만났다. 첫 만남은 그리 반갑지 않았다. 이미 제주푸른콩장의 가치를 알아보고 접근한 사람들로부터 상처를 받은 부부는 낯선 이의 방문에 쉽게 마음을 열지 않았다. 그것이 맛의 방주 기록의 시작이다. 그로부터 2년 후 2013년 9월15일 세종문화회관에서 <맛의 방주 미디어데이> 행사를 열어서 한국 최초로 음식유산의 소멸 위기를 경고하였고 당연히 그 자리에 제주푸른콩장을 지켜온 한라산청정촌의 어머니, 아버지, 아들, 며느리가 자리를 함께 하였다.

처음에 제주푸른콩장과 제주흑우만 등재되던 2013년에는 몰랐지만 2014년 6종, 2015년 6종이 등재되어 모두 14개가 올라가자 제주가 보이기 시작했다. 외지인들이 제주에 가서 언어와 주택, 경관 뿐 아니라 음식에 있어서도 특별함을 더욱 느끼게 되었고 현지인들은 지역공동체의 기억을 끄집어냈다. 지역공동체란 같은 음식을 같은 도구로 둘러앉아 먹는 집단이다. 먹는 행위는 지역공동체를 더욱 결속시키고 먹을거리는 도움과 나눔을 회복할 수가 있다.
맛의 방주가 늘어나자 지역 경제에도 이익이 생겼다. 단순한 먹거리에서 문화상품으로 가치가 상승하고 토종 지킴이로서의 자부심이 생겼다. 그동안에도 방송에 여러번 나갔지만 그때만 반짝할 뿐 금세 잊혀지는 유행이었다면 이제는 지역과 인류가 아끼고 지켜야 할 자원으로 인정받은 것이다. 이제 얼마 후면 제주푸른콩장을 사용해 조리하거나 쉰다리를 후식으로 내놓는 식당이 생기고 댕유지와 산물을 일부 넣은 가공품이 등장하는 등 연관 비즈니스가 늘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맛의방주 품목을 활용한 생산, 가공, 관광에 이르는 6차산업 지도가 작성되어 지역 경제 활성화에 기여할 것이다.
무엇보다 맛의 방주는 생물다양성을 보호해서 눈에 보이지 않는 커다란 이익을 준다. 제주는 전체 농업 생산량의 절반 가량을 감귤 농사가 차지할 정도로 단작화가 심하다. 육지 수출을 전제로 하는 감귤 농사는 생태적으로, 경제적으로 위태로운 농업이다. 쏠림 현상을 극복하고 제주도를 위한 복합영농을 만드는데 맛의 방주가 유리한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 그동안 경제적 향상을 목표로 앞만 보고 달려왔다면 이제는 생태적 지속가능성과 공동체 회복을 고려한 생산과 소비가 이뤄져야 한다. 제주 맛의 방주 활동에 주목하는 이유이다.(행복이 가득한 집 2015.10월호)


Posted by 슬로푸드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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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슬로푸드코리아 2015.10.05 02: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행복이 가득한 집 2015.10월호
    http://happy.designhouse.co.kr/in_magazine/sub.html?at=view&p_no=1&info_id=71599&c_id=00010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