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500> 사라져가는 전통 먹거리
[중앙일보] 입력 2013.06.13 00:42 / 수정 2013.06.13 11:49연산오계·칡소·앉은뱅이밀 … 올 가을 '맛의 방주'에 오를까

세상이 빠르게, 편리하게 바뀌면서 잃어버린 맛들이 있습니다. ‘슬로푸드 국제본부’에서는 1997년부터 세계 곳곳에서 소멸 위기에 놓인 전통 먹거리들을 찾아 ‘맛의 방주(Ark of Taste)’ 목록을 만들어 보존 사업을 펼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식품 중 그 방주에 오를 만한 후보 다섯 종을 소개합니다. 슬로푸드 국제본부의 한국위원회 격인 사단법인 슬로푸드 문화원에서 선정한 식품들입니다.
이지영 기자

1 연산오계 피부·뼈·발톱이 모두 검은 닭이다. 깃털은 청자색이 감도는 흑색이며 중국·일본 오골계와 달리 정강이와 발가락 사이에 잔털이 없다. 발가락은 4개. 볏은 왕관 모양이고, 눈은 눈자위와 눈동자가 구별되지 않을 정도로 온통 까맣다. 연산오계는 야생성이 강해 몹시 사납다. 곡물 사료보다 벌레나 풀·모래 등을 더 즐긴다. 동맥경화와 고혈압을 예방하는 리놀렌산을 쇠고기의 7∼8배, 돼지고기의 3배인 22.6%가량 함유하고 있다.
연산오계는 일찍이 식재료라기보다는 보신용·약용으로 쓰였다. 연산오계 수탉은 산모의 대하증이나 자궁출혈을 치료하는 데도 쓰였고, 암탉은 마비증세나 신경통·타박상·골절 등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기록은 고려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고려 문인 이달충의 문집 『제정집』에는 신돈이 나이 들어 오계(烏鷄)와 백마(白馬)를 먹고 정력을 보충했다고 나온다.
또 조선 19대 임금 숙종이 중병을 앓던 중 연산오계를 먹고 건강을 회복한 후부터 충청지방의 특산품으로 해마다 궁중에 진상됐다는 얘기가 전해 내려온다. 『동의보감』에도 ‘뼈와 털이 모두 검은 연산오계가 가장 좋다. 눈이 검은 새는 뼈도 반드시 검으니 이것이 진짜 연산오계’ ‘연산오계가 중풍에 특별한 효과를 보인다’ 등의 기록이 남아 있다.
연산오계는 특유의 야생성 때문에 사육이 쉽지 않다. 일반 닭처럼 좁은 곳에서 사육하면 다툼이 일어나 죽기 일쑤인 데다, 스트레스에도 취약하다. 또 지역에 대한 배타성이 강해 계룡산 사방 30리를 벗어나면 연산오계의 특성이 사라진다고 한다. 연산오계는 현재 충남 논산시 연산면 지산농원에서만 명맥을 이어오고 있으며 1980년 천연기념물 265호로 지정돼 식용으로 사용하는 개체 수는 엄격하게 관리된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푸른콩의 재배 면적은 점점 줄고 있다. 수확하기까지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푸른콩은 밑동이 다른 품종에 비해 유달리 굵고 키가 크다. 그래서 기계로 수확하기 어려워 일일이 손으로 베어내야 한다. 또 푸른콩은 늘 살펴보다가 영글자마자 수확해야 한다. 영글면 바로 콩깍지가 터져버리기 때문이다. 심지어 수확하는 도중에도 터지는 경우가 많아 “베는 거 반, 줍는 거 반”이란 말이 있을 정도다. 게다가 푸른콩은 수확시기가 늦어 태풍 피해에 노출될 위험이 크고, 수확 후 동절기 작물 재배에도 불리하다. 그래서 농부들이 자기 식구 장 담그는 용으로 조금씩만 재배하고 있는 실정이다.


앉은뱅이밀은 우리 기후에 가장 적합하다. 생육 기간이 짧아 이모작하기 좋고, 수확량 감소가 거의 없다. 최근 파종기와 봄철 강우량이 많아지는 기후 조건에서도 끄떡없이 이겨낸다. 병충해에도 강하다. 또 글루테인이 적은 대신 당도가 높아 맛이 아주 구수하다. 전이나 칼국수·수제비 등 우리 음식에 가장 잘 어울리는 밀이다.
앉은뱅이밀의 위기는 1984년 정부가 밀수매를 중단하면서 왔다. 당시 수입밀이 들어오면서 앉은뱅이밀을 가는 방앗간이 없어지기 시작했다. 앉은뱅이밀은 차지기 때문에 전통적인 맷돌식 제분기를 써야 하지만, 대형 제분공장들은 모두 수입밀에 맞는 제분기를 가동했다. 이때 앉은뱅이밀 지킴이로 나선 곳이 경남 진주 금곡정미소다. 끝까지 맷돌식 제분기를 고집했고, 30여 년 전부터는 채종포(종자를 채취할 목적으로 설치한 밭)도 운영한다. 중간에 삐죽 솟아 나오는 돌연변이는 일일이 손으로 잘라내고 중간 교잡을 막기 위해 철저히 관리하고 있다.

일본에서 우리 야생벼, 적토미를 들여와 장흥에서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게 2003년. 하지만 경작은 쉽지 않았다. 동네 논에 적토미를 심었지만 키가 150∼175㎝나 자랐다. 약한 바람에도 쓰러졌다. 또 해충도 득달같이 달라붙었다. 처음 본 품종이어서 호기심이 충만했기 때문이다. 재배 농가들 사이에 갈등도 많았다. ‘농약·화학비료를 쓰지 말자’는 약속이 번번이 깨졌다. 제대로 적토미 키우는 법을 찾아내기까지 5년여 시행착오를 거쳤다. 이제 적토미는 항균·항산화 능력을 갖춘 기능성 쌀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충남·경남 등 다른 지역까지 재배 면적을 넓혀가고 있는 중이다.
‘맛의 방주’란
소멸 위기 먹거리 보존사업
76개국 1162개 식품 올라
‘맛의 방주’는 이탈리아 브라에 본부를 두고 150여 개국 회원 10만여 명이 활동하고 있는 비영리 국제기구 ‘슬로푸드 국제본부’의 프로젝트다. 잊혀져 가는 전통 먹거리의 맛을 재발견하고 지키기 위해 소멸 위기에 처한 음식문화유산을 찾아 목록을 만들고 이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을 유도하는 사업을 벌이고 있다. 1997년 이탈리아에서 ‘맛의 방주 선언문’을 발표한 이후 지금까지 총 76개국의 1162개 식품을 ‘맛의 방주’ 목록에 올렸다. 일본 음식도 고등어로 만든 발효초밥 등 27종이 목록에 포함돼 있으나 아직 우리나라 식품 중 ‘맛의 방주’에 오른 품목은 없다.
‘맛의 방주’ 선정 기준은 ▶특징적인 맛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특정 지역의 환경·사회·경제·역사와 연결돼 있어야 한다 ▶소멸될 위기에 처해 있어야 한다 ▶전통적 방식으로 생산된 것이야 한다 등이다. 선정 절차는 각 국가위원회에서 심사, 후보를 정해 슬로푸드 국제본부에 신청하면 국제본부 산하 생물종다양성재단에서 최종 승인한다. 우리나라에서 슬로푸드 국가위원회 역할을 맡고 있는 사단법인 슬로푸드문화원은 올해 안에 우리 먹거리 다섯 종 이상을 ‘맛의 방주’ 신규 목록에 올리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후보 선정 작업 중이다. 7월 말까지 전국 지자체와 유관단체 등을 통해 추가 후보 신청을 받은 뒤 심사 과정을 거쳐 선정된 최종 후보 식품들을 9월 중 슬로푸드 국제본부에 보내 승인받을 계획이다. ‘맛의 방주’에 최종 선정된 식품들은 10월 1∼6일 경기도 남양주시에서 열리는 ‘2013 슬로푸드 국제대회’에서 특별 전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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