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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미교육(知味敎育)/슬로푸드 체험활동

[10기농식품탐방기] 배려의 덕을 일깨워주신 김종덕 교수님, 그리고 나의 할머니

배려의 덕을 일깨워주신 김종덕 교수님, 그리고 나의 할머니

 

 

경상대학교 농학과 11학번 백지혜

 

 

  할머니의 음식은 향수[(鄕愁) :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이다. 우리 할머니는 항상 식혜를 직접 만드셨다. 나는 흔히 시중에서 파는 식혜보다 더 갈색빛이 나는 할머니의 식혜에 거부감이 들어서 먹지 않았고, 먹기 싫다고 짜증마저 냈던 걸로 기억한다. 하지만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이나 시름, 향수만큼 나의 고향에는 할머니가 담겨있고 그분의 식혜가 남아있다. 

 

6개월 전, 제9회 대학생 농식품 탐방에 참여했을 때 오리엔테이션과 함께 김종덕 교수님의 특강이 있었다. 하지만 난 그 날 뒤늦게 참석하는 바람에 교수님의 강의를 듣지 못했다. 강의가 끝나고 그 수업을 들었던 분들이 하는 질문과 교수님의 대답이 흥미로웠고 그 높은 수준에 위화감마저 들었다. 나는 생각했다, 앞으로 김종덕 교수님의 말씀을 들을 기회가 있으면 절대 놓치지 않으리라. 

 

마침 제10회 대학생 농식품 탐방 때 교수님의 강의를 들을 수 있게 되었고 그 내용을 꼭 이렇게 보고서로 작성하고 싶었다. 강의가 끝나고 버스에서 인솔 선생님이 김종덕 교수님께서 슬로푸드운동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계시고, 얼마나 큰 영향을 끼치셨는지 말씀해 주셨다. 난 그 분의 진취적인 면모를 배워야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지역요리의 맛과 향을 다시 발견하고, 품위를 낮추는 패스트푸드를 추방해야 한다. 생산성 향상이라는 이름으로 빠른 생활이 우리의 존재방식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환경과 경관을 위협하고 있다. 그러므로 지금 유일하면서도 진정한, 진취적인 해답은 슬로푸드이다.

-슬로푸드 선언문

 

교수님은 현대로 넘어오기까지의 농업과 식품의 상황을 말씀해주셨다. 그 과정에서 중요한 것으로, 우리의 탐방 모토이기도 한 슬로푸드를 꼽으셨다. 슬로푸드 운동은 저임금과 비노조와 같은 미국의 저급한 노동문화를 의미하는 대표적인 패스트푸드 음식점인 맥도날드가 로마 지점을 열면서 그것을 반대하는 세력에 의해 시작되었다고 한다. 슬로푸드 운동이 시작할 때쯤 이미 우리가 사용 가능한 지구의 생태 범위를 넘어섰고, 지금은 지구의 수가 여러 개여도 모자랄 지경까지 이르렀는데, 그것을 우리 모두가 슬로푸드를 합의하고 실천하여 지구의 수가 하나일 때의 생태 범위 안으로 되돌려놔야 한다. 그러기 위해 우리는 속도의 바이러스에서 벗어나야 하며, 이 때 슬로푸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사항인 것이다.  

 

배려. 만드는 사람이 먹는 사람을 배려하는 것, 농사짓는 이가 땅을 배려하는 것, 가축을 사육하는 이가 소와 닭을 배려하는 것. 이것이 바로 음식이다.

 

농사는 어느 지역에서든 생산 가능한 자동차 공장과는 다르다. 적합한 환경이 필요하고 지극히 지역적이다. 그렇기 때문에 생산자와 소비자가 멀리 떨어져 있는 글로벌 푸드는 음식이 아니다. 현대 농업과 식품의 키워드는 바로 효율성이다. 적은 노력으로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한 노력을 많이 하는데, 글로벌 푸드가 배려보다는 효율성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지역에서 전부 똑같은 농산물이 나오는 것은 아니다. 글로벌 푸드를 음식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이 배려의 문제라면, 다른 지역끼리 서로 없는 것을 채워주는 배려심 깊은 글로벌 푸드는 슬로푸드의 개념이 될 수 있지 않을까. 교수님의 강의를 듣다가 잠깐 든 생각이다.  

 

교수님은 ‘잊어버린 할머니의 음식’이라는 주제는 우리가 할머니의 음식을 잊어버리고 그 음식을 일부러 찾아다닌다는 것까지 내포하고 있는 뜻이고, 그 자체로 우리들은 불행한 세대라고 말씀하셨다.

 

난 할머니의 음식을 잊어버렸고, 또 잃어버렸다. 하동, 장흥, 양평 등 여러 곳을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탐방을 하면서 즐거웠지만, 그 틈틈이 나의 할머니가 많이 생각났다. 손주들에게 좋은 음식, 맛있는 음식을 먹이고 싶어서 음식에 정성을 다하셨을 그녀는 이미 슬로푸드를 실천하고 계셨던 것이다. 난 그 할머니의 사랑을 너무도 섣불리 거절했다. 이제야 천천히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었지만 이미 늦었다.

 

이 탐방이 그래서 좋은 것 같다. 잊어버린 추억을 생각나게 해주고, 잃어버린 기억을 채워준다. 슬로푸드와 할머니의 따뜻한 마음이 함께 전달되는 여행이었다. 할머니의 새까맣던 식혜가 먹고 싶어지는 밤이다.